‘알집’을 2주만에 개발했다?
‘카발 온라인의 엔진’을 혼자 만들었다?
맛만보고 콜라의 제조일을 알아 맞힌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고친다. 하지만 일은 시비가 분명히 가려지지 않는 상황이 대부분이고, 프로젝트는 결정의 연속이다.
그때도 프로그래머가 있다면 하게 될 것 같다. 적성에도 맞고, 잘할 수 있으니까. 또한, 다른 직업을 다시 선택해야 한다면. 수학교수가 되고 싶다. #1. 프로그래밍을 취미로 하는 것과 직업으로써 하는 건 정말 다르다. 하지만 프로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다. 면접에서도 느끼고 실무에서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제품을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대가를 지불받고 제공을 하는 일인데. 정말 프로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직업이다. 내가 혼자 취미로 만들어보는 거랑은 굉장히 다르다. 내가 만들어 냈고, 그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럼 그 밑 세대에는 그런 말이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습득능력이 떨어진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다른 부분에서 더 좋아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연륜이 쌓이면 분명히 남들보다 좀 더 시야도 넓어지고 이제 1년 2년 된 프로그래머랑 10년차 프로그래머는 시각자체가 다르다. 빠릿함에서 뒤쳐진다? 새로운걸 받아들이는 데 느리다? 이런 고민은 기우고,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들 경험보다는 그렇겠다는 짐작아래 불안해 하지만, 나는 적어도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스트소프트엔 이런 소문들에 둘러싸인 베일속의 한 남자가 있습니다.
현재 카발2개발을 총책임지고 있는 민영환부사장인데요.
오늘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러분 앞에 소개하려 합니다.
제가 인터뷰를 통해 프로그래머들이 닮고싶은 멘토가 있는 회사로 글을 쓰고 싶은데,
그 주인공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음, 그러니까 날 삐끼로 쓴다는거구나?" 라는 대답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뒷모습에도 귀찮아함이 느껴지죠? 케케.)
※ 참고로, 질문은 모두 이스트소프트의 직원분들에게 받았습니다.
짧은 인터뷰지만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혹은 현직 프로그래머 분들에게 작은 감동과 재미라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께요.
Story1. 프로그래머'민영환'에게 묻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프로그래밍.
사용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프로그래머는 그 작업을 귀찮아하면 안된다는 것이 내 철학이다. 제품이 어떻게 사용될지 잘 생각해봐라. 사용자가 '이런기능이 있었으면' 했을때, 좋은 프로그램들은 그 기능들이 언제나 있다. 사용자가 상상할 수 있는 선의 편의가 구현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좋은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 부사장님도 스스로 그렇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다. 스스로도 내가 남과 다르다고 느낄 때가 가끔은 있다.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오 나 좀 대단한데?' 라고 느낄때가 있는 정도다.
남들보다 훨씬 더 늦게 포기한다. 포기가 늦다. 예를 들어 퍼즐사이트에서 퍼즐이 나왔는데 2달 넘게 고민해 본적이 있다. 끈질기다 그리고 집요하다.
음.. 또 테트리스를 잘한다.
프로그래머 커뮤니티에 질문을 올린다. 세상엔 착한 고수가 많다.
난 일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건 14년차이다. (초등학교 시절, 재미삼아 했던것까지 포함하면 27년)
근데 솔직히 매너리즘에 빠져본 적이 없다. 포스개발 하던 시절말고는.
재수없겠지만 일이 늘 재미있었다. 똑같은 일은 없다. 게임쪽 일을 10년째 하고 있는데 같은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같은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누군가가 내게 조언을 구한다면 솔직히 해줄 말이 없다. 배부른소리라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시작되고 질문을 한 4개쯤 던졌을 때,
여전히 귀찮아하시며 대답하던 민영환 부사장은 갑자기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 너무 재수없지 않을까? 근데 다 진짠데, 어떡하지?
아.. 네... ^^
역으로 오랜기간 프로그래머로 일해온 민부사장에게 기획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는데요.
딱 3가지로 축약해 물어봤습니다.
Story2. 기획자가 프로그래머'민영환'에게 묻다.
가장 일 잘한다 혹은 가장 좋은 기획자라고 느꼈던 기획자는 어떤 스타일의 기획자였습니까?
기본적이지만 프로그래밍, 디자인을 비롯해 여러방면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고
각 파트의 한계와 가능한 점을 알고 기획하는 사람이 좋은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제품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통해 이야기하지만, 현재 우리 회사의 몇몇 제품들이 부가적인 기능 때문에 기본기능이 구현되는 데 불편함을 주고 있다. 기획자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 구현에 불편함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많은 의사결정을 하실 때, 솔직히 프로그래머 입장에 치우쳐 결정을 한 적은 혹시 없으신가요?
당연히 프로그래머 입장에 치우쳐서 결정한다. 그게 나의 강점 아닐까?
결정의 순간마다 결정의 기준이 달라지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간다. 그래서 결정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일관성을 지켜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해주는게 관리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하나만 봤을땐,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옳을 수 있지만 프로젝트의 일관성을 보고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어도 내 의견을 보다 강하게 주장할 수 있고 방향을 결정을 할 수 있다.
결정종결자. 민영환 부사장의 단호함이 느껴지죠?
사실 저도 2년정도 일을 함께 했었는데요, 사실 기획자로써 섭섭할 때가 가끔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괜히 미워했었네요. 캬캬. 엄엄)
여전히 귀찮아하고 계시지만 몰아서.
그럼 이제, 사내 후배 프로그래머들이 선배이기도 한 민부사장에게 궁금했던 것들 본격적으로 물어볼까요?
아주 가벼운 질문부터 이런질문까지 솔직하게 보내주실 수 있구나 라고 느꼈을만큼
진지한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궁금하시죠?
그럼 다시 이어갈께요.
Story3.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래머'민영환'에게 묻다.
나이든 프로그래머가 된다는 것. 난 나이와 프로그래머는 전혀 연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 입사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입사 당시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14년전 그 때 당시 내 실력으로 누군가 지금 면접을 보러왔다면 내가 떨어트렸을 것이다.
지금도 나보다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있을 것이고, 또한 장담하건데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사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그래도. effective c++ 피어스에듀케이션.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프로그래머가 관리자 위치에 가게됐을때, 꼭 가져야 하는 능력이 있을까요?
나도 어렵다.
인간관계 스킬이 점점 중요해 지는 것 같다. 사람을 대하는 스킬.
꼭 관리자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프로그래머로써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다면 성격도 바꿀려고 노력해야한다. 솔직히 인간관계스킬이 가장 부족한 직군이 프로그래머라고 생각한다.
이건 절대 저절로 되는게 아니다. 성장하려면 꼭 가져야 할 굉장히 중요한 스킬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 안되어 있는 사람이 사실 많다.
다시한 번 강조하지만 인간관계를 맺는 스킬을 미리 익히고 연습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다.
꼭 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더 못가르쳐줘서 미안하기도 하다고. 이럴때,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굉장히 많을 것이다. 실력이 뛰어나서 관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뛰어나야 한다고 느껴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데, 관리자가 꼭 모든 면에 뛰어나야 하는건 아니다.
나 역시 내 밑에 팀장들이 프로그래밍만 하는 사람이 있는게 아니다. 파트 파트별로는 나보다 다 전문가다.
그런데 딱 보면 조언할 게 없는 팀장들이 있다. 심지어 보고 메일이 와도 읽어보지도 않는다.
내가 더 높은 방향성을 못 제시해줘서 미안할 때? 없다. 알아서 잘 찾으면 놔둬라. 신경을 안 쓸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가? 알아서 잘하는데. 내가 뭘 해줘야 한다. 이런 고민자체를 하지마라.
일정관리 등 그야말로 관리자의 역할만 잘해주면 되지. 굳이 잘하고 있는데 방향제시를 해주려고 고민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덧붙여 가능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방해물정도를 제거해주는 기본적인 역할로 충분하다.
아직 사회적으로 프로그래머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지는 않았는데요,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프로그래머로써 프로그래머의 장래나 향후 발전가능성을 어떻게 내다보시나요?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생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40살 넘으면 프로그래밍을 못한다라는 말은 90년대에 나도 처음 들었다. 그때에 40살 넘은 사람들은 70년대부터 그럼 프로그래밍을 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보급된 시기가 80년대이니, 당연히 40살 넘은 프로그래머가 당연히 없었다.
그럼 지금은? 나도 이제 40살이고 우리 회사에 나보다 나이 많은 프로그래머들도 많이 계신다.
그런 이야기는 기형적으로 발전해온 우리 나라의 SW 업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나이든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쓰여지는게 진짜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왜곡된 이야기다. 우리 회사같은 SW업체가 커지고 있는 것처럼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계속 좋아질 것이다.
프로그래머가 아내의 직종을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질문자의 순수함이 부럽다.
내가 프로그래머를 그만둔다면, 아마 이유는 쉬고 싶다는 이유뿐일 듯.
그 이유역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지막 질문까지 끝내고나니
갑자기 대학교 엠티를 가면, 마지막 밤 끝까지 남은 선후배가 모여
진지하게 "꿈이 뭐에요?"라고 묻던게 생각났습니다. (새우깡도 먹고싶네요.)
처음 시작할 땐, 안할래안할래 하셨지만
질문이 진지해지자 민영환 부사장도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대답해주었는데요.
미래를 불안해 하는 후배들이 많다는 사실에, 진짜 이렇게 생각한데? 도대체 왜? 라고 반문하는 모습을 보며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말 없으시냐고 했더니
귀찮아하시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아래와 같은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Story4. 프로그래머'민영환'이 말한다.
해주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2. 나이와 관련된 40살이 고비 등의 이야기.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sw 역사가 짧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프로그래머들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시기는 지금이다. 일찍 산업이 발달한 나라랑 비교하지 말아라. 지금의 30-40대가 그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것이다. 마흔살 넘으면 닭 튀겨야 한다는 말이 왜 만들어 졌는지 정말 모르겠지만 “난 지금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런 얘기들은 코웃음 치면서 "지금 내가 하잖아? 지금 내가 40인데 하고 있잖아?” 라고 넘어갔으면 한다.
#3. 그리고 프로그래머에겐 꼭 손톱깎이가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이 빨라야 하는데 손이 미끄러진다. 피아니스트가 손톱이 길다는 것과 같이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자주 짧게 잘라라.
재밌게들 보셨나요?어떠세요?
좋은말씀 정말 많이 해주셔서, 다 옮기려나보니 본의아니게 글이 좀 길어졌네요.
민영환 부사장이 조금 더 가까워 지셨나요?
프로그래머를 향한 꿈이 더 단단해 지셨나요?
프로그래머로써의 다짐을 되새기게 되셨나요?
이 인터뷰를 통해 설마 손톱깎이 하나 기억해 가시는 거 아니죠? 크하하.
음. 위 인터뷰에 여러분이 묻고 싶으셨던 질문이 하나쯤은 꼭 포함돼있어,
작은 도움이라도 꼭 되었으면 좋겠네요. ^^
그럼 전 이만 손톱깎으러 여기서 안녕할께요.
또 봐요, 우리.
1973년 1월 15일 생
現 (주)이스트소프트 부사장 (카발2 개발부문장 겸임)
대표작 : 알집, 카발 온라인, 카발2
서울대 수학교육과 졸업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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